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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나는 지금 과도기인 것 같아요


한동안 나의 마음은 돌 덩어리를 가슴에 품은 듯 무거웠었다.거의 반년이 다 되어가도록 나아질 기미가 없는 경제 상황이며, 바깥 공기가 안좋다는 이유로 하루종일 돌쟁이 아들과 집 안에서 씨름하다 보니 내 인생이 처참히 망가진 것만 같은 느낌에 하루하루 버텨 나간다고 생각 할 만큼 너무도 재미없고 숨쉬기도 힘들다는 느낌의 일상이었다.그 와중에 만난 그나저나 나는 지금 과도기인 것 같아요 책은 나의 생각을, 나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한 내용들로 한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래서 일까? 이번 책은 다 읽은 후 연달아서 한번을 더 읽게 되었다.나는 보통 책 한권을 몇 번씩 보기도 한다. 한번 보고 난 후 몇달, 혹은 몇년이 지난 후 다시 보게 될 때 책은 나에게 전혀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나저나~같아요 (책 제목이 너무나 길다~ㅜㅜ) 책은 도저히 몇 주 혹은 몇 달을 기다릴 수가 없었다. 제목 그대로 나에게는 지금 과도기 였는지 한 문장, 한 문장이 나를 위로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엄마란 원래 미숙한 존재라는 것, 완벽할 수 없다는 것만 인정해도 아이 키우는 게 조금은 덜 힘들지 않을까 싶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되었으니 몰라서 못 하는 것도 있고, 에너지가 바닥나서 못 할 수도 있다. 오히려 완벽한 엄마가 아이를 망친다는 연구결과를 영국의 의사 도널드 위니컷이 발표한 적도 있으니, 완벽하지는 않아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편하게 생각하면 어떨까." -p19 첨부 "그때는 왜 그렇게 아이 키우고 살림하는 일이 억울하고 힘들기만 했을까. 나는 직장을 다닌 것도 아닌데 육아에 집중하지 못하고 마음만 붕 떠서 살았다. 무엇보다 내 존재감이, 사는 재미가 밖에만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엄마도 직업이라고 생각했더라면 일을 가져야 한다고 시선을 밖에 두지 않았을 테고, 아이들 뒤치다꺼리하는 일을 하찮게 생각하지도 않았을 텐데.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이렇게 키우고 싶다." -p51 첨부책을 읽는 내내 나는 글을 읽고 있으면서도 글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나보다 나이가 많~~~이 많은 친구가 그에 비하여 아직 많~~이 어린 나에게 위로 해주고 힘을 낼 수 있는 작은 꽃씨를 선물해 준 것 같았다. 하루종일 엄마 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숨돌릴 틈 없이 지내고 있는 이 삶이 결코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누구나 처음이기에 그럴 수 있다고... 그러니 자신감을 갖고 아이에게 못해주는 것에 대하여 너무 미안해 하지 말라고... 그렇게 나에게 격려해 주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저자가 말하듯이 내 존재감과 사는 재미가 반드시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나는 좀더 힘을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니, 밖이 아닌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달까? 그동안 나 혼자 힘들었다고 맘고생 하던 부분들이 마치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난생 처음 책을 읽다가 울기도 해 보았다.
여자의 서른 그 후,
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힘겹게 인생의 과도기를 넘어가고 있는 서른 너머의 여성들을 위한 책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는 ‘청소년’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여자도 서른 넘어 오십 언저리까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다. 아내, 엄마로 폭풍 같은 시간을 살다 보니 30대가 훌쩍 날아가고, ‘내’가 없는 피로와 쓸쓸함 속에 놓인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사는 건지 정체성에 의문이 들기도 하고, 활짝 피어보지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인생을 마친다고 생각하면 서러워진다. 게다가 남녀평등이라는 말은 허울일 뿐, 육아와 살림을 당연히 여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남편 앞에 수시로 울컥한다. 나이 먹어가면서 느끼는 몸과 마음의 변화 역시 소란하긴 마찬가지다. 왜 억울하고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들까. 아, 소란하다. 여자의 과도기.

하지만 김재용 작가에게 ‘과도기’란 그저 불안정하고 소란한 시기만은 아니다. 오히려 먹고, 입고, 자고, 쉬고, 일하는 모든 여자의 삶에서 ‘나다운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저자는 엄마나 아내 역할에만 매달려 있지 말고 나의 정체성을 지금부터 찾고 또 가꿔 가라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 여자로 살면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갈고닦아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나도 돌보면서 주위 사람 모두 행복할 수 있을지, 여자로 나이 드는 게 과연 무엇인지에 관한 얘기를 담았다. 여자로 사는 게 고단했지만, 그것을 견딜 만한 것들을 찾아다니고, 서글퍼지면 한바탕 울어가면서 살아온 저자의 기록들이기도 하다. 여자로 살기 힘든 세상에서 먼저 살아본 인생 선배의 얘기를 귀담아들어 보면 시행착오와 불안감을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살아가는 즐거움이란 스스로 발견할 수밖에 없다. 초조하고 근심 가득한 기분을 편안하고 느긋한 생활 리듬으로 전환하는 방법과 소란한 생활의 단면 속에서 즐거움을 캐내는 방법, 권태로운 시간을 행복하게 누리는 방법까지, 김재용 작가는 모든 과도기의 산물을 아름다운 삶의 한 장면으로 변모시킨다. 아가씨와 아줌마의 중간 지점, 처음 살아보는 이 어중간한 때. 그저 시간을 뒤쫓는 게 아니라 조용히 자신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돌아보고 성장하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글을 쓰며
001 - 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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