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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마을


대체로 ‘현대문학상’과 ‘이효석문학상’의 수장작품들은 내 취향과 맞는 게 많아서 기회가닿는 대로 찾아 읽는 편인데, 2011년 제56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만큼은 매우 당혹스러워하면서 읽었다. 예심 심사위원이었던 박혜경, 김미현, 심진경이 지적하듯이 1) 장편소설 쏠림현상, 2) ‘2000년대 소설’을 주도하던 작가들의 부진, 3) 역량 있는 신인작가들의 부재로 인해 좋은 단편 소설 찾기가 어려운 것일까? 실제로 “지금의 단편 소설이 양식에 대한 기계적 고집스러움, 자기애에 갇힌 빈곤한 자의식, 미니멀리즘을 가장한 앙상한 이야기에 갇혀 있”(350-351쪽)어서 “단편소설이라는 장르가 위기를 겪고 시험받고 있”는 것일까 작품들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과거를 회상하거나(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유독 자전적 성격을 띤 소설들이 많다) 혹은 이상과는 다른 현재에 대해 자조하거나. 그런데 이 둘은 서로 다른 양상으로 드러나긴 했지만 결국은 현재에 만족하고 있지 않다는 동일한 현상에서 기인한다.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불안증과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 그래도 그 현실을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은 살기 위해 소수의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거나(추억만이 나의 힘), 자포자기하듯 주어진 인생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이 그것이다. 사실 처음 읽을 땐 수록된 작품들 중 인상적인 게 하나도 없었는데, 나중에 다시 한 번 읽어보니 그래도 부분부분 괜찮은 작품이 있었다. (그나마)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손홍규의 「증오의 기원」. 김숨의 「막차」는 김숨다워서 좋았고, 윤고은의 「해마, 날다」나 김태용의 「물의 무덤」의 어떤 부분들은 ‘반짝’ 빛났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괜찮았던 건 하재영의 「싱크로나이즈드」. 수상작 전경린 _ 강변마을 “인물들을 긍정하는 따뜻한 시선과 감정을 사물에 투사하는 놀라울 정도로 섬세한 묘사, 그리고 단편소설에 맞춤한 미학적 구도의 안정감을 통해 읽는 이를 정화시킨다. 그렇지만 그동안 발휘된 이 작가의 개성이 꽤 절제되어 나타난 것처럼 보이는 이 잔잔한 소설의 감상적인 분위기에 대한 공감은, 취향 탓이 크겠지만, 얼른 생기지 않았다.”[1]자선작전경린 _ 흰 깃털 하나 떠도네 작가 전경린에는 흔히 귀기의 작가 정념의 작가 대한민국에서 연애소설을 가장 잘 쓰는 작가 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나는 사실 아직도 전경린과 조경란이 헷갈리는데, 아마도 두 작가가 가진 어떤 강렬한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전경린 하면 떠오르는 이런 수식어들을 모두 걷어내고, 전경린 하면 떠오르는 화려한 문장을 모두 배제하면 「강변마을」이 된다. 그런데 그렇다면 이건 전경린일까, 전경린이 아닐까?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변하느냐에 따라 두 작품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텐데… 글쎄… 두 작품 모두 마음을 쿵 치는 게 없다. ‘복고’이거나 ‘구식’이어서 별로라는 게 아니라, 다른 작가와 구별할 만한 작가 고유의 특별함을 찾을 수 없다. 매우 심심하고 진부하다. ‘아이고, 2011년에 좋은 단편이 이렇게 없었나?’ 생각이 들만큼. 뭐… 선정위원들은 탄탄한 문체를 칭찬했던데, 말하자면 그건… 작가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거 아닐까? 모르겠다. 내 생각은 그렇다. ‘OO 문학상’이라는 타이틀을 걸 만큼의 작품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 두 작품을 통틀어 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노력은 추상적인 것이고, 직접적인 것은 늘 상품이었다. 더 나쁜 것은 실제로는 아무것도 실감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소유는 일회적으로 충족된 뒤에 이내 권태로 이어지며 권태는 더 비대한 결핍을 생산한다. 계영은 때로 아내 때문에 인생이 허비되고 있다는 환멸과 구토증에 시달렸다. 삶과 너무 멀어진, 마치 쇼룸에 설치된 모델하우스같이 상품으로 구성된 공백의 삶. 교활하게 코팅되어 그 속으로는 도저히 스며들 수 없는 삶…… . 계영은 그렇게 탕진되어왔다(흰 깃털 하나 떠도네, 66쪽). 수상후보작권여선 _ 끝내 가보지 못한 비자나무숲 오래된 작가의 안정감이 느껴지는. 하지만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다. 오랜만인데도 전화를 받자마자 금세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특이하거나 개성적이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평범한 음성이었지만, 아, 하고 이삼 초 만에 알아들었다. 그의 목소리 속에 미묘하고 독특한 머뭇거림이 실핏줄처럼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81쪽). 김미월 _ 안부를 묻다 미월씨, 미안한데 아무래도 우린 인연이 아닌가 봐요. 김미월은 『서울 동굴 가이드』에 이어 두 번째. 그런데 이 작품도 그다지. 그래도… 단편보단 장편에서 발굴을 보여주는 작가도 있으니깐… 장편을 기대해봐야지. 김 숨 _ 막차 “막차를 탄 노인의 길고 지루한 넋두리를 통해 사람이 마지막이라고 제시된 순간에 불가피하게 치르지 않을 수 없는 회한과 변명의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사람의 본성과 사람으로서의 도리 사이의 간극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김숨의 「막차」” 예전에 김숨이 직접 읽어주는 자기 작품을 오디오북으로 접한 적이 있는데, 이 작품은 딱 김숨의 목소리와 호흡으로 읽힌다. 김숨의 작품은 어느 작품을 막론하고 핸드 핸들링 기법으로 찍은 영화를 보는 것만 같다. 어지럽고 현기증이 난다. 나도 돌고 세상도 돈다. 어지럽고 어지럽다. 고딕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음산함이나 원초적 불안함이 기저에 깔려 있다. 김숨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 취향은 아닌데 이상하게 계속 끌린다. 김태용 _ 물의 무덤 “환각을 보고 망상에 사로잡히고 꿈을 꾸고 물에 갇히는 한 남자의 비일상적인 하루를 통해 카프카와 프로이트, 잠언과 설화, 환상과 묵시가 한데 어우러진 장관을 보여주는 김태용의 심각한 소설 「물의 무덤」은, 소설을 돋보이게 하는 그와 같은 긍정적인 다양한 요소들의 범람으로 인해 도리어 소설이 산만해진 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풀밭 위의 돼지』의 김태용이 가장 맘에 들고 『숨김없이 남김없이』의 김태용이 그 다음으로 좋다. 이 두 작품이야 말로 김태용다운 듯하다. 손홍규 _ 증오의 기원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읽혀지는. 이런 기분… 알 것 같다. 나도 이 나이를 건너왔으니깐. 적어도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인이 되고자 한다는 건,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모욕을 감내해야만 하는 것일지도. “난 여길 사물함이라 생각할게. 맨 아래칸 서랍만 건들지 말아줘. 가끔 들를 테니까 너 혼자 사는 거라고 여겨도 돼.” 나는 얼떨결에 고맙다고 말했다. 첫날 밤 홀로 낯선 방에 누운 채 나는 시인이 된다는 건 무얼 뜻하는지를 생각해보았다. 이처럼 작고 궁색한 방에서조차 우주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지도 몰랐다. 나는 갑자기 시인들이 증오스러웠다. 그리고 새벽이 가까워올 무렵에는 시인들 역시 스스로를 증오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퍽 씁쓸했다. 가계 없는 증오들. 매번 시인들의 가슴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영원히 젊은 증오들. 그날 밤 내 나이 스물이었다. 나는 비로소 내 안에서 어떤 증오를 꺼냈던 것이고 나의 증오는 태어나자마자 스무 살이었던 셈이다(201-202쪽). 윤고은 _ 해마, 날다 플럼의 불이 꺼진다. 키 큰 건물들이 혹처럼 뿔처럼 솟아난 밤, 달을 보기 위해서는 조금 걸어야 한다. 횡단보도를 건너 골목을 지나 몇 번 하늘을 두리번거리고 다시 몇 걸음 뒤로 가서야, 혹 달린 도시, 뿔 난 도시의 달밤이 보인다. 불쾌한 눈동자, 누군가 끔뻑, 동공을 감았다 뜬다. 엘리자베뜨, 당신은 왜, 오지 않는가(241-242쪽). 하재영 _ 싱크로나이즈드 “성실하고 자부심 강한 한 열쇠수리공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어느 날 문득 맞닥뜨린 실존적인 위기를 다루고 있는데, 문을 열지 못하게 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것’에 몰두하면서 그동안의 정교하고 안정된 세계를 잃어가는 인물의 상태가 긴장감 넘치게 그려졌다.” 역대수상작가 최근작 중에서는 김인숙의 「해삼의 맛」의 다음 문장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소설은 말이지…… 내 인생이 소설책 열 권인데…… 개같은 인생이 소설책 백 권도 더 되는데…… 그걸 그냥 쓰면 안 된다 이그요. 빌어먹을 기계로 우당탕탕 치는 것도 아니라 이그요. 소설이란 건 말이지, 이 해삼처럼, 있는 힘을 다해 딱딱 씹어 삼키는 거라 이그요. 이 해삼처럼…… .” (321-322쪽) 2012년엔 부디 있는 힘을 다해 딱딱 씹어 삼키는 해삼 같은 소설들이 많이 나오길. [1] 이하 큰따옴표로 직접 인용한 심사평은 모두 이승우의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인용하였다. 그런데 전경린의 「강변마을」에 대한 이승우의 평은 또다른 본심 심사위원이었던 이남호와 상반되어 재미있다. “「강변마을」은 오랜만에 만나는 아름답고 따뜻하고 슬프고 안정된 작품이다. 보기에 따라서 ‘구식’인 작품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문학에 구식과 신식이 따로 있을까? 오히려 요즘 문학이 잃어버리고 있는 것을 좋은 모습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주못해야 하지는 않을가? 전경린 작가의 이런 탁월한 감각과 문체가 엉뚱한 곳에 낭비되지 않고, 앞으로 우리의 지치고 헐벗은 영혼을 아름답게 쓰다듬어줄 수 있는 작품들을 낳기를 기대하고 또 믿는다.” 이 두 작품평을 교차해서 읽으면 전경린의 「강변마을」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될 것이다.
2011년 제56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 전경린의 강변마을

한 해 동안 발표된 소설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한 2011년 제56회 현대문학상 수상작들을 모은 소설집이다. 표제작이자 수상작인 전경린의 「강변마을」은 성장의 고독과 공포, 그리고 유년기와 결별하고 청소년기로 입사하는 시기, 혼돈과 상실감과 불안과 슬픔, 희열 등 생의 모든 감각들이 혼재되어 있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나게 형상화했단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인물들을 긍정하는 따뜻한 시선과 감정을 사물에 투사하는 놀라울 정도로 섬세한 묘사, 그리고 단편소설에 맞춤한 미학적 구도의 안정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집에는 수상작 외에도 수상작가의 자선작을 실어 두었으며, 권여선, 김미월, 김숨, 김태용, 손홍규, 윤고은, 하재영 등 쟁쟁한 작가들의 수상후보작과 역대 수상작가인 이승우, 김인숙, 박성원의 최근작도 함께 실려 있다.


수상작
전경린 _ 강변마을

자선작
전경린 _ 흰 깃털 하나 떠도네

수상후보작
권여선 _ 끝내 가보지 못한 비자나무숲
김미월 _ 안부를 묻다
김 숨 _ 막차
김태용 _ 물의 무덤
손홍규 _ 증오의 기원
윤고은 _ 해마, 날다
하재영 _ 싱크로나이즈드

역대수상작가 최근작
이승우 _ 이미, 어디
김인숙 _ 해삼의 맛
박성원 _ 닭똥과 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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