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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에세이 《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목수정의 신작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은 2013년부터 2016년 봄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작가의 자녀는 부쩍 성장하여 열 살의 꼬마숙녀가 되어 있었다. 날카롭고 예민한 표현들은 여전하셨지만 한 아이를 기른 어머니로서의 느낌이 물씬 느껴졌다. 파리에서 프랑스 남자의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분명 한국에서 아내와 엄마로 사는 것과는 많이 다른 일이다. 하지만 아이를 사랑하며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엄마로서의 바램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예전처럼 삐딱하다거나 뾰족뾰족한 느낌이 많이 동글동글해진 느낌이었다.^^  예전에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공적인 일을 하였던 걸로 아는데 현재는 그냥 작가로만 활동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 대한 뼈아픈 일침과 통찰은 여전하다. 형형했다. 아울러서 프랑스 사회에 대해서 더욱 깊어진 시선을 알 수 있었다. 올랑드 대통령 정권의 문제점들도 조목조목 지적한다. 완벽히 파리지앵이 되신 듯한 느낌도 한층 더했다. 파리지앵은 투덜이들이다. 각 분야에서 파업과 집회가 유럽 가운데도 활발하기로 유명하다. 그들은 미국에 대해 특히 미국의 대기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다. 프랑스어를 비롯해 자기 문화와 예술에 대한 사랑이 엄청나서 배타적으로까지 느껴진다. 투덜대며 고집스런 파리지앵들. 하지만 그들이 얄밉지많은 않은 이유도 목수정의 글들을 통해 빠져들 수 있었다. 프랑스가 예전보다 국력이 감퇴하였고 특히 IS와의 전쟁을 겪으며 사회는 혼란을 겪고 있다. 그렇지만 오래고 유서깊은 프랑스인들의 전통이 어디 간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현재 이룬 것은 어느 것 하나 투쟁 없이 얻은 것이 없음을 목수정은 강조한다. 프랑스인들은 그러한 과거를 보물처럼 소중히 여긴다.  이는 유형 무형의 기록으로 남기는 행위로 구체화된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일갈은 책이 놀랍게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저 멀리 유럽 대륙에서 쓴 글이라 할지라도 그녀의 용감함에 리스펙트를 보내게 된다. 아마 국내에서 였다면 청와대에서 정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들었을 것 같다. 일찍이 2013년 가을부터 박근혜 사퇴하라는 구호를 에펠탑 앞에서 외쳤던 교민들은 얼마나 앞서갔는가. 실제로 그 집회 때 목수정씨는 (악명높은) 일베에서 이른바 신상털기를 당하기도 했다.   한편  세월호 유가족 유럽방문단이 파리를 방문했을 때 목수정은 가족분들을 수행하는 일을 했다.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사상과 노동운동 파트는 내가 이해하기에 조금 버거운 부분이었다. 유럽에, 파리에 살지 않기에 피부로 와 닿지는 않았다. 앞으로 계속 읽으면서 유럽의 현재를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누가 뭐래도 파리는 혁명의 도시라는 걸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을 통해 절감할 수 있었다. 현 정권은 비록 보수화, 신자유주의 노선을 향하고 있으나, 절대다수의 노동자와 시민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복종하지 않을 것임을 작가는 힘주어 전하고 있다.   명품과 예술의 도시인 파리는 역사와 정치, 철학과 민주주의의 도시이기도 함을 작가는 때론 나지막이 때론 목청높여 외치고 있다.   책에서     높은 곳에 있을수록 덜 자유롭다. 떨어지기를 두려워하게 되기 때문에. 그리고 높을수록 진실에서 멀어진다. 발이 땅에 닿지 않기 때문에. 땅에 발을 딛고 있는 자들에게는, 머리를 날려 허공에 떠 있는 자들이 현실을 깨닫도록 만들어야 하는 고단한 임무가 있다.   (240쪽 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 회복해야 할 정신은 무엇인가? 불평등과 혐오로 점점 더 가팔라지는 세상, 명백한 참사 앞에서도 정의를 구할 수 없는 시대. 한국과 프랑스의 경계에 선 저자는 매일 밤 어디엔가 있을 진실을 찾아 조각난 글들 사이를 헤매고 쓴 글을 어디론가 띄워 보내며 세상과 소통했다. 그리고 그렇게 건져 올린 잃어버린 일상의 가치, 회복해야 할 시대정신을 책에 담았다. 시대의 불의한 요구에 끝내 무릎 꿇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이들과 함께 진실의 편에 서라고 말한다. 그 길에 동행할 ‘한 사람’을 만나 인간에 대한 예의와 살아남은 자의 몫을 다하라고 주문한다. 진실의 편에 선 사람만이 기쁘고 당당하게 인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깜깜한 밤을 지나는 나와 당신을 위한 공감과 연대의 책이다. 서로의 영혼을 보듬고 기어이 상생하는 밤, 그 아름다운 밤을 맞이하자.

프롤로그

1-어제까지의 삶이 축적된 몸
여전히 낯선 세상, 그래서 늙을 수 없다
알몸으로 사람을 만나는 사치
당신들의 계급을 동정한다
부드럽게 vs 빨리빨리
〈응답하라 1988〉이 남긴 다섯 가지 깨달음
잉그리드와 프레드의 결혼식
동침하는 행위의 달콤함
일상
칼리의 자의적 받아쓰기
프랑스 초등학생들의 서명운동
학교, 권위에 저항하는 법을 가르치다
담배꽁초에게 연민을
까마귀 피격 사건
도움받는다는 것은 어쩌면 상처받는 것이다
멋진 간판
카르마에서 탈출한 이자벨
영혼의 근육은 쓸수록 더 강해진다

2-아틀리에의 먼지 속에 뒤덮이지 않을
비틀스 혁명 분쇄설
강헌의 벼락 같은 책 전복과 반전의 순간
예술은 무엇으로 완성되는가
인간의 모순, 예술의 모순
일어나, 김광석!
파리도서전에서 만난 북 소믈리에

3-끝나지 않는 부조리극
이 시대의 녹두장군, 한상균
세상의 모든 파업을 지지한다
우리가 복원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세월호 유족 파리 방문 중 생긴 일들
내가 뽑은 올해의 인물, 유민 아빠 김영오
우리 함께 울자
박원순에게 더 센 가격을
씁쓸한 그림자를 드리운 한 노인의 죽음
지지율 상승시킨 올랑드의 연애와 황색 언론
뉴스타파는 옳다
고캔디의 이유 있는 부친 저격
가부장제는 불행의 족쇄다
치유되지 않은 위안부의 역사
사과,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행동
야권은 왜 분열하냐고?
박근혜는 대한민국의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닙니다
독재가 유린한 또 하나의 삶

4-유럽사회의 어둠과 빛
우리는 샤를리다: 파리를 가득 메운 150만 명의 행진
2015년 11월 파리 테러 다음 날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테러는 불평등을 먹으며 자라고 있다
에어프랑스의 찢어진 와이셔츠
어떤 우파 정권도 하지 못한 일
사랑을 하자, 연장근무가 아니라
나는 더 이상 좌파활동가가 아닙니다
‘창조경제’라는 이름의 글로벌 코미디
‘브렉시트’에 관해 알아야 할 두세 가지 것들
IMF, 실수를 인정하다 232
그들도 안다. 신자유주의는 모두를 거덜 내고 말 것임을
독일계 다국적기업이 벌여온 사기 행각
세금포탈은 미국 대기업의 국민스포츠
왕자의 탄생

5-가파른 땅을 최대한 평평하게
대자보의 귀환
강남역 10번출구: 여성들의 분노의 용암이 분출한 곳
허물어라, 가부장제라는 피난처를
분노의 화살이 겨누는 곳은 어디인가
삶, 사랑, 죽음
유럽 인민들의 저녁 식사: 그리스 민중은 옳다
한국 노인과 프랑스 노인
내 아들은 게이다, 나는 그것이 자랑스럽다
노동자의 권리는 법보다 강하다
복종을 거부하라 2016년 파리, 메이데이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