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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면서 하나인

   고경원 작가의 책을 알게 모르게 참 많이 읽은 듯 하다.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부터 시작되었으니 독자로서 인연의 끈도 참 길다 싶다. 고양이와 함께 살 수 없던 시절, 길고양이 사진이라도... 라는 사심에서 시작했다는 그녀처럼 고양이와 함께 살 생각이 1도 없었지만 여섯 고양이의 집사로 살아가게 된 지금을 되돌아보면 이 모든 것이 묘연이었다. 고양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일상도, 그로인해 스쳐지나쳤던 사람들도, 초보집사를 탈출해보고자 읽었던 수많은 고양이 서적들도......!예쁜 사진집부터 수의사들이 쓴 고양이 서적까지 참 많은 책들을 읽었지만 고양이 서적은 읽을 때마다 새롭다. 아는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있어도 처음 읽는 것처럼 몰두해서 읽게 되고 찍힌 사진 속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사랑스럽다. 물론 가슴 아픈 이야기들도 있다. 집고양이처럼 따뜻한 환경, 배고플때마다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주어지지 않는 길고양이들의 삶이 훈훈하기만 할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면하기보다는 오히려 많이 알려져서 그들의 생활 전반이 좀 더 윤택해지길 희망하게 된다. 바라보는 시선이 좀 더 따뜻해지고 공존하는 문화가 대한민국 저변에 깔리길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내뱉어지는 목소리, 보여지는 힘이 큰 울림을 가져다주길 바라고 또 바란다. 그래서 고양이 서적은 읽고나면 꼭 서평을 남기는 편이다. 보통 절반 정도만 서평을 올리고 있는 다른 장르의 책들과 달리.   고양이들의 털을 찌우고 몸을 불리는 계절이 돌아왔다. 겨울을 나기 위해 대비에 들어선 그들을 위해 단 한끼를 준비해주는 것이 다지만 일정거리를 두게 된다. "사람을 조심해. 낯선 음식은 배고파도 먹어선 안돼"라는 당부를 멀리서 조용히 전하면서. 책 속 길고양이들에게도 같은 당부를 맘 속으로 전했다. 물론 이들 중에는 고양이별로 돌아간 녀석도 있겠지만. 커플냥이 사진집 이라는 부제가 붙여져 있지만 엄마와 아들, 엄마와 딸, 같이 밥 먹는 이웃, 형제자매 등등...여러 관계의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동백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식빵을 굽고 있던 노랑이 형제, 발가락만 닮은 대안가족형태의 고양이 둘, 비행귀 를 날려 기분을 한껏 표시한 고등어 쌍둥이, 외국의 사찰 앞에서 마주친 흰고양이와 검은 고양이, 비를 피하기 위해 관광안내센터로 뛰어든 녀석들..... 인간이 조금만, 한 켠만 허락한다면 욕심없는 그들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텐데...라는 마음이 들고 말았다. 마음이든, 삶의 공간이든 아주 조금만, 아니 한 켠만......!그 중 고양이 묘지를 방문한 길고양이들의 사진이 인상적이었는데, 단 한번도 이런 모습을 상상해 본 일이 없어서 놀라웠다. 묘비엔 이름만 새겨진 것이 아니라 반려묘, 반려견의 사진도 부착되어 있었는데 그 앞에서 고양이 한마리가 앉아 있었던 것. 또 다른 사진 속 고양이들은 아예 그 앞에서 대자로 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누군가 찾아와주는 무덤이라니......외롭지 않겠다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아, 무덤을 바라보며 이런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니......나나 내 고양이의 죽음 끝엔 화장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함께 묻혀 길고양이들의 방문을 기다려도 괜찮은 죽음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저 고양이만 구경했다기 보다는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 준 책이었다. <둘이면서 하나인>은. 살면서 지식이나 지혜를 습득하는 순간보다 스스로 깨우쳐지는 순간이 더 값지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무언가 되기 위해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살아갈지 끊임없이 고쳐나가는 일 또한 중요하므로. "이 세상은 모든 사람을 부러뜨리지만 많은 사람은 그 부러진 곳에서 더욱 강해진다"는 헤밍웨이의 책 속 구절처럼 길고양이들의 삶도 주어진 하루하루가 더 강해져야만 하는 순간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매일매일 그들이 조금씩 더 좋아진다. 책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같은 마음의 사람들을 더 많이 찾아낼 수 있기를......!

15년차 고양이 전문작가의 ‘커플 고양이 사진집’7개국 40여 곳 고양이 커플의 희노애락 담아2002년부터 길고양이의 삶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온 15년차 고양이 전문작가 고경원의 다섯 번째 책이다. 이번 책에는 2003년부터 2016년 사이 만난 고양이 커플 100쌍의 사진을 뽑아 엮고, 각 사진마다 짧은 에세이를 붙였다. 한국, 일본, 프랑스, 스웨덴, 타이완, 홍콩, 마카오 등 7개국 40여 개 도시에서 살아가는 고양이 커플의 삶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