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가벼워서 좋다. 유명한 작가임에도 타인의 눈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고 느긋한 마음으로 연재 하는 작가가 부럽다. 이 책은 1981년 4월부터 1983년 3월에 거쳐 무라카미 하루키가 잡지에 연재하기 위해 쓴 18편의 글을 모은 소설집이다. 이 중에는 장편 소설을 쓰기 위해 스케치풍으로 쓴 것, 지금은 작가의 뜻에 맞지 않는 것, 아내의 요구와 희망에 부응해서 쓴 활극 등이 담겨있다. 취사선택 없이 모아둔 소설집이라 작품마다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그 나름으로 그 변화를 보는 것이 재미가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같은 대가도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는 것은 아니고 이렇게 습작을 하며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에서 글쓰기에 대한 용기를 얻는다. * 마음에 드는 작품들1)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이상형을 만났을 때 말을 거는 방법을 알려준다. - 안녕하세요. 단 삼십 분이라도 좋으니까 저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습니까? (보험 권유인가...)- 미안합니다. 이 근처에 24시간 영업하는 세탁소가 있습니까?(바보같다. 세탁물도 없다...)- 안녕하세요. 당신은 나에게 100퍼센트의 여자입니다. (아마 믿지 않겠지...)이 모든 멘트를 실패한다면 여기에 나오는 "옛날 옛적에"로 시작해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로 끝나는 이야기를 추천한다. 옛날 옛적에 서로에게 100퍼센트였던 소년과 소녀가 살았습니다 . 어느 날 두 사람은 100퍼센트의 연인 사이라면 반드시 어디선가 만날 것을 믿으며 헤어진다. 그 후 그들은 독감에 걸려 기억을 깡그리 잃는다. 그들은 자라 소년은 서른 두 살, 소녀는 서른 살이 되었다. 그리고 4월의 어느 맑은 아침 두 사람은 길 한복판에서 스쳐 지나간다. #연애왕하루키2) 강치축제 우화는 재미있다. 사람의 자리를 동물로 대치하면서 생기는 유머와 풍자가 좋다. 현관 초인종을 누르고 집에 들어와서는 강치 축제 에 대해 홍보하는 모습은 상대의 의사에 관계없이 무작정 전도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강치축제 실행위원장 으로서 강치 축제의 의의를 설명하는 부분은 웃기기도하고 부끄럽기도했다. 강치축제 실행위원장 강치님의 말씀을 인용하자면"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것은 강치르네상스입니다. 그것은 강치에게 있어서 르네상스임과 동시에 세계에 있어서도 르네상스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까지는 극도록 폐쇄적이었던 강치 축제를 근본적으로 변혁해서 세계를 향해 메시지, 혹은 발판으로서의 강치축제로 만들고자 하는 겁니다."크고 멋지고 좋은 말만 같다 붙이고 분량 채우면 그만이라는 느낌. 이것은 영혼없이, 생각없이그냥 쓴 나의 보고서가 아닌가... 3) 몰락한 왕국위대한 왕국이 퇴색해가는 것은 후진 공화국이 붕괴되는 것보다 훨씬 더 서글프다.Q는 완벽하다.대학시절의 그는 나보다 570배 더 핸섬하고, 가정환경도 좋고, 부유하지만 사치하지 않고, 언제나 단정하고 깔끔한 옷차림을 한다. 물론 인기도 많고 연애도 잘한다. 마치 위대한 왕국같다. 시간이 10년쯤 흘러서 Q를 호텔 수영장에서 만난다. Q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의 옆에는 멋진 비키니 차림의 아가씨가 있다. 둘의 대화를 (엿)들어 보니 Q는 방송국 감독, 여자쪽은 조금 유명한 연예인같다. 여자에게 하차통보하는 역할을 Q가 맡은 듯하다. 대화가 오고간 후 Q는 여자가 던진 콜라가 든 종이컵에 얼굴을 맞았고 그 콜라는 나의 책에 튄다. 그는 나를 끝까지 알아보지 못한다. 10년전 반짝반짝 빛나던 그가 위대한 왕국이라면, 방송국 감독이 된 그는 몰락한 왕국인가. 학교와 같이 좁은 세상속에서는 완벽해 보였던 존재를 넓은 세상에서 만났을 때 달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기도 하고. 다만 서글픈 마음은 이해가 된다.4) 치즈 케이크 같은 모양을 한 나의 가난가난을 조각 치즈 케이크의 이미지를 가져와 표현할 수 있다니. 그리고 그것이 오글거리지 않다니. 이 책에 나타나는 산뜻한 이미지들 중에서도 이 부분이 제일 좋다. 이 글은 동근 치즈 케이크를 칼로 12등분한 한 조각같은 길고 뾰족한 삼각지대에서 살던 이야기이다. 삼각지대의 양 옆에는 국영 철도선, 민영 철도선이 지나간다. (얼마나 시끄러울까;;;) 허술하게 지어진 집이라 사방의 틈새에서는 바깥 바람이 들어온다. 사랑하는 그녀, 고양이와 이불 속에서 껴안고 추위를 이겨내는 모습을 상상하면 슬프고 애잔하기 보다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먼저 든다. 물론 지나간 과거이기 때문에 미화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감각적이고 도시적인, 그리고 담담한 슬픔과 허무를 담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기 작품들을 만난다
간결, 독창, 감각적 이라는 세 단어로 압축할 수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의 특징이 가득한 초기 단편집이다. 일본에서는 1983년에 출간되었던 소설집으로, 모두 18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감각적이고, 환상적이며, 하루키 특유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은 하루키 소설의 흥취에 흠뻑 빠져들게 할 것이다.
1981년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100퍼센트의 여자와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를 다룬 〈4월의 어느 아침에〉를 비롯하여, 흡혈귀가 택시기사로 등장하는 〈택시를 탄 흡혈귀〉, 또 친구의 결혼식에 가기 위해 12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나 의 이야기를 그린 〈5월의 해안선〉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단편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색깔을 보여주며 초기 하루키의 작품세계를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도시적이고 감각적이면서도 동시에 담담한 허무가 느껴지는 하루키의 매력을 초기 작품들을 통해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캥거루 날씨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졸립다
택시를 탄 흡혈귀
그녀의 거리와 그녀의 면양
강치축제
거울
1963/1982년의 이파네마 아가씨
버트 바카락을 좋아하세요?
5월의 해안선
몰락한 왕국
서른두 살의 데이 트리퍼
뾰족구이의 성쇠
치즈 케이크 같은 모양을 한 나의 가난
스파게티의 해에
논병아리
사우스베이 스트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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