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바닷가, 어느 것에도 구속받지 아니하고 그곳에 설 수만 있다면. 왠지 모르게 바다는 모든 것을 포용해줄 것만 같아서, 어쩌면 그래서 인간은 답답할 때마다 바다를 생각하나보다. 수평선 저 너머 하늘과 바다, 그 가는 틈새에 잡아먹힐 듯 사라지는 고기잡이배를 보면서, 같은 듯하면서도 매 순간 다른, 구름과 파도가 연출하는 장관을 감상하면서... 아마도 이 모든 것은 여유로운 자에게만 허락되는 행운이리라. 생각하고 또 생각하지만 안타깝게도 난 홀로 바다를 거닌 적이 없다.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사람 빼곡했던 해수욕장을 방문했던 기억이 바다에 대한 나의 전부라는 사실을 실로 지독한 불행이다. 이런 나에게도 바다는 왠지 모르게 마음을 열어줄 것만 같다. 모든 자연이 그러하듯, 바다 역시도 늘 그 자리에 머무는 존재이니...
수많은 사진집을 봐왔지만 많은 경우 기대가 실망으로 변화하곤 했었다. 사진과는 따로 노는 듯한 글, 어딘가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이 싫었다. 어쩌면 그것은 자만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미처 가지지 못한 생각을 이야기하는 이에 대한 부러움, 나와는 다르다는 것에 대한 경멸.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술술 적어나간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살아있는 그녀의 삶, 지극히 개인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달콤했다. 그녀의 글들은, 때론 금빛으로, 때론 회색빛으로 물들어버린 사진 속 세상과 너무도 잘 어울렸다. 일부러 특정 사진에 맞추려 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그것은 솔직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글 하나하나에서 묻어나는 경험들, 남의 은밀한(?) 삶을 엿보는 짜릿함은 연이어 펼쳐지는 사진들로 인해 희석되어갔다.
바다로 가고 싶다, 마음껏 거닐고 싶다는 충동은 지금까지도 그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순간을 가둠으로써 영원한 현재를 창조한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평면에 갇힌 현실이라는 점에서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다. 손끝으로 어루만질 순 있지만 결코 내 눈 앞에 펼쳐지게 할 수는 없는... 이것이 바로 지금 이 순간 바다를 생각하고 또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스물여섯 명의 작가로 이루어진 전시회의 결과물이다. 각자 살아온 시대와 삶의 경험에 따라 그 색깔과 깊이를 달리하고 있는 바다 사진들을 통해 일탈의 기쁨과 시각적 청량감을 보여주고자 기획했던 동명 전시회의 사진을 엮은 사진집이다. 이들 작가들은 자신을 성찰하고 되돌아보는 관조의 대상으로서 바다를 찍는 사진가, 유희와 포름의 대상으로서 바다를 응시하는 사진가들, 개념의 대상으로서 바다를 바라보는 사진가로 나눌 수 있다.
모든 창 너머엔 바다가 있다 - 이지연
말없는 떠남에는 이유가 있으니 - 최병관
밤 열 시, 먼 바다로 가다 - 김중만
나 위해 죽지 않았다한들 - 윤상욱
우울한 생과 싸워 이기기를 - 윤명숙
노을 때문에 살아낸 시절은 - 이주한
할머니, 바다 위를 걷다 - 한성필
신문을 끊듯 잠시 나를 끊다 - 정세영
문 열어라 꽃아 - 주상연
집착하지 않겠다, 않겠다 - 김정수
당신도 애초에는 나였다 - 배병우
물을 주워담다 - 정주하
사막, 없어서 아름다운 것 - 구본창
세상에 와 잊을 수 없는 것을 가져가다 - 한상필
너무 마음 밖ㅌ에 있었다 - 정소영
그 집 마당엔 교회가 있었다 - 김남진
어머니, 바닷가로 이사하시다 - 김장섭
막다른 바다가 길을 말해 주다 - 심우현
화를 내려면 슬퍼져요 - 황선구
초복,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 이경애
마음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 - 이영훈
저절로 되는 것만 합니다 - 임안나
몸 속에 바다가 있다 - 고명근
꽃 좋은 데 가서 낮술 - 이민영
낡아도 내 상처일 땐 아프다 - 최경자
흙탕물, 수정빛으로 - 박재영
8월의 땡볕에, 사랑에 미치다 - 황규태
이별할 땐 파란 장미를 - 황규백
내 소원이 나를 만드니 - 박우남
카테고리 없음